조선시대 4명의 왕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은 책이다. 그 주인공들은 세종, 연산군, 광해군, 정조이다. 두명은 성군으로 칭송받는 이들이고 나머지 두명은 폭군으로 낙인찍힌 이들이다. 하지만 이 책은 구지 성군과 폭군을 언급하려는 책은 아니다. 왕의 투쟁이라는 책 제목이 나타내는 것은 왕과 신하들의 권력 투쟁에 대한 촛점이 이 책의 주제라는 것이다.
왕과 신하라는 관계가 그런 건지 몰랐는데 조선시대의 왕과 신하는 아주 인간적인 관계였던 것 같다. 실록에 기록된 당시 왕과 신하의 대화 내용들을 옮겨놓은 것들이 아주 인상적이다. 우선 우리가 엄청나게 높으신 분으로 보고 있는 세종대왕께도 신하들은 막말을 하고 이에 대한 세종의 답변 또한 가관이다.
"아비도 임금도 모르는 짐승의 도를 부르짖고 계시니, 세상에 착하지 못한 것이 이보다 더 큰 것이 있습니까?"
"착한 임금이라면 너희의 말을 따르겠지만, 나는 나쁜 임금이니 내 마음대로 하겠다"
연산군과 신하들이 폭언을 주고 받다가 신하가 했다는 말을 보면 그냥 우리가 말싸움하다가 나오는 말과 비슷하다.
"전하께서는 요.순이 되고 싶으싶니까? 아니면 걸.주의 길을 걸으시렵니까?"
듣기에 따라서는 "폭정의 결과 신하들에게 폐위되고 만 걸.주처럼 만들어 주기를 바라느냐?"로 해석할 수도 있는 말이었다.
이런 것들을 보니 왕이 그렇게까지 절대군주의 노릇한 하지 못하고 살았구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책제목이 "왕의 투쟁"인 것이다. 성군이나 폭군이나 늘 신하들과의 논쟁에 시달리고 살았다고 한다. 세종은 그나마 책벌레 공부쟁이에다가 잘 한것도 많았다지만 역시 말년에는 막말싸움을 하다가 결국 궐밖으로 가출하는 신세가 되고 대왕답지 않게 조용히 사라진다.
연산군은 재위초부터 10년까지 엄청나게 시달린다. 연산군도 초기에는 열심히 잘 했다는 기록이 많다는데 젊은 왕이라 신하들이 무시하는 것인지 유난히 못하게 하는 것이 많았고 사사건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해대서 왕이 뭐 제대로 할 수 있는게 없었다. 연산군 10년에 이것이 뒤집어 지는데 연산군이 방법을 찾고야 말았다. 그 방법이란 반대하는 신하들을 역적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어의를 거역하는 행위는 역적질이라고 몰아부치는 것이다. 역적으로 처벌을 하기 시작하니 주변에서 몸을 사리기 시작한다. 이렇게 연산군의 폭정은 시작되는 것이었다. 광해군도 여러가지 잘 한게 있었으나 신하들과의 관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폐위되는 운명을 맞이했다.
정조에 대해서는 천재라고 표현하는데 학식과 문장이 뛰어나 어느 순간부터는 신하들을 오히려 가르키는 입장에 있었고 무예도 뛰어날 뿐 아니라 모든 방면에서 출중한 능력을 보여주는 왕이었다고 한다. 그런 정조조차 말년에는 신하들이 말은 안 듣기 시작하고 결국 어느날 갑자기 죽는다. 암살인지 아닌지 밝혀지지도 않았다.
대표적으로 4명의 왕만 보였지만 조선왕조 500년이 상상이 된다. 왕은 왕대로 자신을 지키고 왕위를 지켜야했고 신하는 신하대로 자신들의 당파를 출세시키고 유지해야하는 고단한 싸움을 지속했을 것이다.조선왕조 500년만 그랬을까? 지금은 뭐가 다른가? 인간의 본성은 예나지금이나 다를 것이 하나 없구나하는 탄식을 나지막히 되뇌이며 책을 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