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좀읽자2008. 1. 5. 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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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 4.5 / 5.0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소니가 망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책 내용으로는 소니는 이미 오래전부터 망하고 있었으며 아직도 망하고 있지만 자기는 부활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한다. 물론 저자는 이미 퇴사한 상태이다.

다른 소니관련 책들을 읽어본 사람들은 이 책이 너무 저자가 일했던 부서 주변의 편협한 시각으로 기술되어 있다며 진짜 소니침몰의 원인은 다른데 있다는 식으로 주장하기도 하지만 어쨌든 내부 구성원이 느꼈던 실제 상황이니만큼 여전히 이 책은 그 가치를 인정할 수 있다고 본다.

나는 이 책을 통해서야 비로소 내가 알지 못했던 소니의 실체를 보게 되었다. 과거에 나는 도대체 왜 소니가 콜롬비아 영화사를 인수했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는데 이제야 그 이유를 알았다. 내가 알던 소니는 가전업체 였지만 소니의 실체는 음향기기 전문회사였던 것이다. 최고의 음향기기를 만드는 것이 소니의 원래 모토였다고 한다. 그것이 발전하여 AV 기기를 만들고 가전기기를 만들고 방송용 영상, 음향 기기를 만들고 하는 맥락을 이어갔던 것이고 결국 영화산업까지 진출하는 기염을 토하고 말았던 것이다. 물론 저자는 이 마지막 선택을 큰 실수라고 표현하고 있다.

VAIO 도 PC 에 음향기능을 최대화한 작품으로 기획되었다고 한다. 단순 노트북 브랜드가 아니었단다. -_-a 초기 VAIO 는 매니아 층들만을 겨냥하여 오디오 기능을 강화한 PC 였을 뿐 일반사용자들은 그 가치를 알 수도 없는 그런 브랜드였다고 한다. 이것이 소니 정신이었는데 - 장인정신을 가지고 한 분야에서 최고를 만들어내는 - 이것이 쇠퇴하면서 소니침몰은 시작되었다고 한다. 대중들의 사랑을 받는 VAIO 가 나오면서 부터인가...?

삼성과 소니가 LCD 공장 합작을 결의한 것도 나는 삼성에게 놀라운 혜택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저자는 소니가 LCD 만들 기술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결과라고 한탄하고 있다. 다른 일본 기업들은 모두 LCD 로 연구개발을 전환했는데 소니는 또 다른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서 LCD 기술을 연구하지 못했던 아픈 과거가 있단다. 그 결과로 시장에 적기에 진입하기 위하여 외부 기술을 도입할 수 밖에 없었고 삼성 50%+1주 : 소니 50%-1주 지분으로 합작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이것도 의외의 정보였다.

소니침몰은 높은 기능과 품질 목표를 정하고 고집스럽게 그것을 달성하려고 노력하는 소니의 장인정신, 엔지니어 문화, 도전하는 문화가 사라지고, 관료주의, 성과주의가 자리잡고 일반인들에게 많이 팔리는 일반적인 제품을 생산해 내는 보편 지향적인 문화가 나타나면서 발생한 것이라고 한다.

단적인 예로 아주 재미있는 사례를 드는 것이 초능력 연구소이다. 초능력 연구소라니... 아주 인상깊은 대목이었다. 정말 뭔가 연구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과거 소니의 문화를 가늠케 하는 이름이다. 본문에서 이 대목을 인용하면서 서평을 마무리하도록 하겠다.

"여담이지만, 과거의 소니는 '에스퍼연구실'이라는 초능력을 연구하는 부서까지 둘 정도로 폭넓은 창조성과 발상의 유연성을 중시하는 사내문화가 확립되어 있었다. 에스퍼연구실은 각 매스컴에서도 그 진위여부가 화제가 될 정도로 베일에 싸여 있었으나, 결코 위험하거나 황당한 연구를 하는 부서는 아니었다. 물론 연구과제가 초능력이기 때문에 전혀 황당하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초능력을 순수과학적인 측면에서 연구하는 부서로, 담당자는 초자연적인 현상에 심취한 사람이 아니라 CD를 포함한 여러 개의 기술특허를 보유한 능력있는 엔지니어였다. 그러나 '이익을 내지 못한다', '소니에 필요없는 부서다'라는 이유로 돌연 문을 닫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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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reeMa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