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좀읽자2013. 11. 3. 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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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평점 : 4.0 / 5.0


여기서 초난감 기업이란 성장과정에서 엉뚱한 마케팅이나 제품 전략을 취했던 미국 IT업체를 말한다.

하지만 모두 망한 회사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저자가 거쳐온 회사들에서 겪었던 다양한 사례를 말해 주는 것 뿐이다.

Microsoft, IBM은 아직도 건재한 회사이니 말이다.


저자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1980년대 미국 IT 업계의 별들의 전쟁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은 그 때부터 수 많은 업체들과 생존을 위한 치열한 싸움을 벌여 왔으며 그러는 동안 떴다가 져버린 회사들이 수없이 많았다는 점을 알게 됐다.


개인용 컴퓨터의 시초라 할 수 있는 알테어, 애플II, 코모도어 등의 출현과 발전사, 이들과 함께 성장했던 소프트웨어들의 흥망성쇠가 다채롭게 언급된다. 비지캘크라는 스프레드 시트의 원조(비지캘크 - 로터스 123 - 엑셀로 이어지는 스프레드 시트 역사의 흐름도 느껴볼 수 있다), CP/M이라는 당시 대세 운영체제, 또 다른 운영제제들인 애플 도스, Q 도스, 데이터베이스의 대작인 애시톤테이트의 디베이스, 워드 프로세서를 장악했던 마이크로프로의 워드스타, 터보 파스칼로 시작해서 종합 소프트웨어 회사가 된 볼랜드 등의 재미있는 정보가 많이 있었다. 


IBM PC의 탄생 비화도 재미있다. 

IBM은 이미 당시에도 기업용 컴퓨터를 만드는 대기업이었기 때문에 굳이 개인용 컴퓨터 시장에 관심이 없었단다. 하지만 애플 등의 출현으로 점차 개인용 컴퓨터 시장이 커지고 있었기 때문에 무시할 수 만은 없었고... 결국 주력 사업처럼은 하지 않되 일단 투자는 해보자는 식의 결정을 했다.


IBM은 원래부터 필요한 하드웨어를 모두 만들고 컴파일러, 운영체제, 구동 소프트웨어 모든 것을 스스로 만들어 완전한 컴퓨터를 생산하는 엄청난 회사였다. 이런 회사가 개인용 컴퓨터 시장에 간을 보기 위해 했던 일이 어찌보면 코미디다. 주력 사업이 아니므로 약간의 돈으로 시범 사업을 해보려고 했었기 때문에 자금도 부족했고 본사의 훌륭한 자원을 이용하지 못했다. 그래서 취한 방법이 외주 정책이었다. CPU는 인텔(당시에는 모토롤라보다 못했던), 소프트웨어는 마이크로소프트 베이직, 운영체제는 CP/M을 추진하다가 거절당하는 바람에 우려곡절 끝에 마이크로소프트 DOS(이것도 IBM과 MS가 운영체제를 계약할 당시에는 MS에 존재하지 않았었고 이 후에 인수했다고 한다) 등을 채택하며 저렴한 외부 자원을 최대한 활용했고 애플II의 개방형 모델처럼 개방형으로 설계했다. (현재의 애플은 폐쇄형이 아니던가? 매킨토시부터 폐쇄형 정책이 적용됐고 이 때부터 시장 점유율이 줄어들지 않았나 싶다.) 더 재미있는 것은 개방형 모델에 힘입어 IBM PC 호환 기종과 함께 PC 시대 진입에는 성공했으나 결국 IBM PC 호환 기종들에 밀려 정작 IBM PC는 그닥 재미를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 다음 삽질은 배가 아팠는지 PS/2라는 폐쇄형 모델을 만들어 독식하려다가 인기를 끌지 못하고 저물어 버린 것이고...



사실 책의 전반적인 내용은 초난감함을 찾아서 정리한 내용이라기 보다는 저자가 두루 거쳐갔던 굵직한 IT업체들의 일화와 저자의 개인적인 비판이 주를 이룬다. 저자의 입담 때문에 재미있게 그냥 읽혀지는 책이지 초난감함에 대한 깔끔한 정리를 해주는 내용은 아니다.


굳이 IT 업체들이 하지 말아야 할 초난감함을 정리하자면 가장 큰 것이 중복 라인업인 것 같다.

마이크로 프로도 망할 때 했던 일이 서로 호환이 되지 않은 2가지 워드 제품(워드스타, 워드스타 2000)을 내 놨다는 것이고, 볼랜드도 파라독스라는 데이터베이스 제품이 있는 상태에서 디베이스를 인수해 비슷한 상황을 만들어 냈고, 마이크로소프트도 윈도우 95와 윈도우 NT를 동시에 팔면서 고개들에게 "도대체 어떤 것을 사야 하나요?"라는 질문을 하게 했다. 물론 회사들은 모두 다음과 같이 말했다. "둘 다 좋은 제품입니다." (여전히 어떤 것을 사야하는지 알려주지 않는다. 아니 알려줄 수가 없지 않겠는가? 모두 팔아야 하는데... ㅋㅋ)


윈도우 95, 윈도우 NT 얘기가 나오니 IBM OS/2가 생각난다. 저자의 의견으로는 1990년대에 이미 윈도우 2000의 수준이었다던데 시대를 너무 앞서가서 느리기도 했고 역시 IBM의 잘못된 여러 정책으로 인해 사라져버린 안타까운 예가 되겠다.


또 다른 초난감은 기능을 줄이면서 가격을 낮춰서 어떻게든 팔아보겠다고 하는 것과 아예 제품 자체가 엉망인 경우다. 여기서 갑자기 아이폰 5C가 생각나면 어쩌자는 것인가? 확실히 요즘의 애플은 예전의 애플답지 않은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애플의 애플답지 않음은 애플이 계속 애플일 수 없음을 예견하는 것인데... 곧 화면이 큰 아이폰이 나올 것 같은 이 불길한 예감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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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reeMa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