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좀읽자2008. 5. 22.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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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 없음 ( 그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신비서의 내용에 경의를 표할 뿐이다. )

원래는 람세스를 읽다가 봤던 '사자의 서' 라는 책을 사려고 했었다. 검색을 해보니 몇권의 '사자의 서'가 있는데 류시화가 번역했다는 이 책이 있어서 얼른 샀다. 류시화 역에 끌린 이유는 류시화의 '하늘호수로 떠난 여행'을 읽고 나서 류시화에 대한 생각이 확 깼다는데 있다.

류시화 하면 단지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라는 시집이 떠오르기 때문에 그 이미지가 미소년 스타일의 어떤 청년일꺼라는 상상을 했었는데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을 보니 그 외모는 거의 이외수 급이며 사상 또한 신비주의 성향을 가진 인물이었다. 이에 '사자의 서' 급의 경전은 류시화 정도 되어야 제대로 번역할 수 있겠다는 믿음에 덜컥 주문하고 만 것이다.

문제는 이 책의 제목이 '티벳 사자의 서' 였다는 점이다. '이집트 사자의 서'는 따로 있단다. T_T
뭐 일단 읽어보기 시작했는데 재미있는 점은 해설자가 설명하기를 '티벳 사자의 서'와 '이집트 사자의 서'는 공통점이 많다는 것이다. 아마도 이것들이 문자로 기록되기 훨씬 이전인 몇천년 전부터 원래는 하나의 이론이었을 가능성이 많다고 한다.  

주요 내용은 사람이 죽은 다음에 일어나는 일들을 설명하고 환생하기 전까지 죽은 사람(사자)이 올바른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사자의 서'를 읽어줘서 인도해야 한다고 하는 것이다. 주제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환생하지 마라" 이다.

사람이 죽으면 대략 3일정도는 영혼이 육체에 머물러 있다고 한다. 그 기간이 지나면 영혼이 육체에서 빠져나오는데 이 때부터 밝은 빛이 비추기 시작하고 온갖 좋은 신들이 다 나오면서 기분 좋은 기간이 시작된다. 이 때 밝은 빛을 쫒아 니르바나(열반, 절대평화)에 이르는게 미션이다. 이 기간이 지나면 어두운 빛들이 비추면서 온갖 무서운 신들이 다 나오는데 이 때는 생전의 괴로운 기억들까지 다 들고 일어나 사자를 괴롭힌다. 그래서 살아생전에 나쁜짓 하면 안되는 거 같다. 죽어서까지 고생한단다. 하지만 이 기간에도 역시 니르바나에 갈 수 있는 기회가 있는데 정신을 집중해서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이런 때 써먹으라고 살아 생전에 요가수행을 하는 거란다. 그런데 이런 수행을 몇백만번 환생하면서 해야 죽어서 니르바나에 오를 수 있는 공력이 생긴단다. 도대체 할 수 있다는 거야 없다는 거야?

시간이 지날 수록 영혼은 환생을 위한 준비과정으로 들어가고 영혼 스스로도 다시 육체를 가지고 싶어져서 환생할 자궁을 찾는다고 한다. 육체를 그리워하면 지는 거다. 열반에 올라야 하는데 인간적인 욕정이나 사념을 버리지 못하여 다시 자궁으로 들어가 환생하게 되는 굴레를 돌게 된다. 이렇게 자궁을 찾아가기까지 기간이 대략 49일 걸린단다. 이거 뭐 장례문화와 연결되는 느낌이 드는데... 3일장, 49제....

'사자의 서'는 이 때까지 사자의 영혼에게 정신을 놓지말고 윤회의 굴레를 벗어나서 니르바나를 찾으라고 계속해서 읽어주는 책이다. 티벳 원문을 번역한 제목은 '듣는 것으로 영원한 자유에 이르는 위대한 가르침' 이다.

마지막에 반전이 나오는데 죽어서 경험하는 모든 것은 모두 자신의 마음이 만들어낸 허상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무서운 것이 나와도 무서워 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어차피 자신의 마음이 불러낸 것이기 때문에... 좋은 것, 나쁜 것 모두 의미가 없다. 나아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자신의 마음 자체도 원래는 없는 것이라도 한다. 더 나아가 세상의 모든 물질은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존재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우주란 것도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그런 것이다. 이거 뭐... 듣고 보니 우주탄생이라는 빅뱅이론이 좀 웃겨 보이기도 한다. 점같은 것이 폭발, 팽창하여 우주가 만들어 졌다면 그 전은 무었이었단 말이냐?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것이 오히려 설득력있게 들린다.

책이 두껍기도 하려니와 티벳말, 인도말, 불교용어, 산스크리트어 등이 쏟아져 나와 정신을 못하리고 봐 버렸다. 좀 더 이해하려면 다시 한번 읽어봐야 할 것 같다. 언제 또 읽나...

이를 설명한 구절을 인용하며 마친다.
"모든 현상은 본디 마음속에 있으며 실제로는 모습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모습이 없으므로 무엇인가가 거기에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모든 현상은 단지 마음 속의 잘못된 관념에서 생겨나는 것일 뿐이다. 만일 마음이 이러한 잘못된 관념들로부터 자유로워진다면, 그때 모든 현상도 사라질 것이다.
그러므로 세 개의 세계(욕망의 세계, 모습을 가진 세계, 모습을 갖지 않은 세계)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은 마음이 지어낸 것이다. 마음이 없다면 대상도 실제로는 없다. 그러므로 모든 존재는 마음 속의 불완전한 관념들로부터 생겨난 것이다. 모든 차이는 곧 마음 속의 차이이다. 그러나 마음은 스스로를 볼 수 없다. 왜냐하면 그것은 모습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든 현상이 한계를 가진 마음 속의 불완전한 관념들로 부터 창조된 것임을 알아야 한다. 그러므로 모든 존재는 거울에 비친 실체 없는 그림자와 같고, 마음 속의 환영과 같은 것이다."
"영원히 모든 것은 마음도 물질도 아니며, 무한한 지혜도 유한한 지식도 아니며, 존재하는 것도 존재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결국 표현할 수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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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reeMa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