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화룡법(재활용법) 전수기 - 2
제이장 회방하기(第二章 廻舫河技)
이는 일종의 방해술로서 상대를 맞적수와 대적할 수 없도록 묶어놓는
기술이라 하겠다. 단초만으로도 효과가 있으나 지속적인 타격을 가하
면 상대의 공력이 크게 손상을 입어 결국 그의 맞적수가 그에게 흥미
를 잃고 나에게 시선을 돌리게 되는 초유의 기술로 연타결계만지기공
(聯打結契萬止氣功)이라 불리기도 한다.
여기서 잠깐... 역대마공(力大魔功)중에 가히 회방하기와 견줄만한 신
기에 가까운 마공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사대천왕(四大天王)의 과거
불기(戈車拂技)였다. 과거불기는 일종의 소환술(訴喚術)로서 상대가 대
적했던 지난 상대들을 현세에 불러들여 자신의 공격력을 두배 혹은 그
이상으로 배가하여 공격하는 실로 악날하기 그지없는 마공이었다. 무림
천하 중원에서조차 무공을 따를 자가 없다는 사대천왕이 쏟아내는 과거
불기는 그자들의 풍부한 경험과 충천한 기역력(氣逆力)에 의하여 그 마
기의 절정을 보여주었다. 아아... 본인이 이 과거불기의 공포를 온몸으
로 느꼈던 그날은... 사대천왕 및 당대 절정고수들이 모여 일대혼전을
벌이며 자웅을 가리던 그 날... 세인들이 그날의 전설적인 사건을 기려
후세에 전하기를 한양보산(瀚洋寶山)의 취중영웅 경합대전(聚衆英雄 競
合大戰)이라 하였다.
당시 본인은 한양보산에 모여 대작하며 무공을 논하자는 사대천왕의 청을
받고 찾아갔으나 본인이 도착하였을 때 이미 그곳은 일대난장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먼저 계략에 말려든 한아반주(瀚牙磐主)와 무노(無老)
가 힘겹게 사대천왕의 매초를 받아내고 있는 모습을 본 본인은 분연히
일어나 이들에 가세하여 반격을 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이때...사대천왕은
이를 기다렸다는 듯이 드디어 과거불기를 펼치고 마는 것이었다. 아...
눈앞에서 현란히 펼쳐지는 과거불기... 이 두려움은 겪어보지 못한 자는
알지 못하리라... 아차하는 순간 쌍장이 눈앞을 가르고 있었다. 과거불기의
악날함은 이미 익히 듣고 있었던바... 본인은 이 때를 대비해 연마한 태연
술(太燃術)을 펼쳐 이를 받아냈지만 좌우의 상황은 처참하기 그지 없었다.
한아반주는 사대천왕의 과거불기로 불리워진 우산마주(遇山魔主)까지도
상대해야 하는 지극히 위험한 형국에 놓여 있었던 것이다. 우산마주는
수년 전 당대고수들이 그 무공의 높이를 자랑했다는 일요열전(一嶢劣戰)에
홀연히 나타나 한아반주와 처음으로 대적하기 시작한 이래로 몇년간 한아반
주를 상대로 진기원기(眞氣元氣)를 쇠하게 한다는 극음마공(棘飮魔功)을
구사하여 한 때 그의 공력을 범인의 수준까지 쇠하게 만들었던 마기충천한
자였다. 이런 우산마주를 다시 또 상대해야 했었던 한아반주의 괴로움을
어찌 말로 다할 수 있으랴... 허나 한아반주는 당대 무림고수라고 불리던
그답게 즉시 태연술을 펼치며 흐트러지는 자세를 바로잡고 우산마주의 환영
(煥影)을 물리친다.
한편...무노의 형세는 어떠했으랴... 그는 과거불기의 공포에 질려 냉정함을
잃고 흥분상태에 이르고 말았다. 과거불기에는 태연술로 침착함을 찾아가며
역습의 기회를 노려야 하는 법인데... 어떤 맞수가 불리워지는 것이 두려워
그렇게 흥분했는지 아무도 아는자가 없다. 원래 사대천왕의 목표는 가장 많은
옛적수를 불러들일 수 있는 본인이었다. 그러기에 과거불기의 쌍장은 주로
본인에게 떨어졌는데 태연술로 받아낸 쌍장의 장풍이 무노를 스치자 외공이
강건치 못한 무노의 공력이 차차 손실을 입어 그의 진각이 점차 흐트러지고
있었다. 이 때를 놓칠새라.... 사대천왕이 돌연 난봉점수(蘭鳳點手)를 날리
니 이에 무노는 단발마의 비명을 지르며 나가 떨어지고 만다. 본인과 한아
반주조차 자세가 흐트러져 태연술이 잠시 걷히는 지경에 이르렀던 순간이
었으니 무노의 고통은 오죽했으랴... 이 날의 치명상으로 무노는 무림을 떠
나 대적을 멀리하며 독거하기를 즐기게 된다. 얼마전에는 이마사(二馬篩)가
알지비인 이오오(閼知肥人 李誤悟)를 사주하여 무노를 영원히 제압하려는 마
수를 뻗어보기도 했지만 무노는 이에 대적조차 하지 않고 외면해 버리는 비범
함을 보이기도 했다.
이런 무노는 과연 어떤 인물인가? 과연 그의 무공이 모자라 패배의 쓴맛을
봤단 말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 한양보산의 취중영웅경합대전에 참여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그의 무공을 가늠해 볼 만하지 않은가?
금강불괴 무노... 세상에서 그의 이름은 이렇게 일컬어지며 공포의 대상이 되
고 있다. 금강불괴의 몸을 이룬 몇 안되는 고수중의 한 명... 반노환동 오주
형아(反老換童 五州荊兒)와 같이 그 얼굴에 늙음이 없다하여 불려진 무노...
누구든지 일단 그를 맞닥드리면 그의 기골장대함에 기겁하지 않을 수 없으며
칼로 찔러도 내장이 상하지 않을만큼 두꺼운 그의 몸인 금강불괴지신에 할 말
을 잃고 만다. 그의 몸을 상상할 수 있는 유명한 일화가 전해지고 있으니...
허공강(虛空江)... 이 강을 무사히 건너면 무공이 몇갑자 증진된다는 전설이
있었다. 무노는 이강을 건너고자 바위가 박힌 땅조차 능히 실어 옮길 수 있는
배라는 반지점부(磐地點艀)를 찾았다. 이에 오르려 할 때 사공이 물었다.
"공은 팔십만근은 능히 지고 다니시는군요", 무노왈 "허허 그렇구려" 사공왈
"팔십만근이상은 반지점부에 탈 수 없습니다. 공같은 분은 본적이 없습니다.
명년에 서역에서 팔십만근이상을 태울 수 있는 배를 들여올 것이니 다시 들러
주셔야겠습니다." 라고 하였다.
아아... 무노는 이런 몸으로 상대의 기선을 제압하는 방법과 더불어 자신의
무학(武學)이 높음을 자랑하여 대적할 맘을 거두게 하는 백과전설(百科戰舌)
을 특기로 사용하였다. 정말이지 무노는 모르는 무공이 없었다. 구음진경과
귀화보전을 이미 어렸을 때 섭렵했고 비주얼시낭(肥蛛孼屍浪), 암애부시낭(暗
哀部屍浪), 자파라장(刺破癩掌)같은 사파(邪派)의 극악사공(劇惡邪功)들까지
모두 알고 있었다. 어느 무공이던지 그 초식부터 활용 상승기공까지 술술술
엮어내는 그의 백과전설에는 어이가 없어 입이 딱 벌어질 뿐이었다. 저 젊은
나이에 그 수많은 무공을 모두 섭렵하다니... 허나 본인만이 깨우친 백과전설
강괴술(强壞術)이 있었으니... 이를 조금터우기기선공(朝今攄雨氣技仙功)이라
한다. 이는 무노가 자신의 무학을 자만하여 내공과 외공 수련에 게으르게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에 착안하여 창안한 사공파괴 선공이었다. 무노가 사용하는
백과전설같은 설법기공은 실실허허기법이라 겉으로 맞설 땐 그 해박함에 주눅
이 들어 실한 것 같은 인상을 주지만 그 실체는 허하여 강한 내공으로 맞선
다면 능히 제압할 수 있는 종류의 무공이다. 얼마전 이런 설법기공을 펴는 자
가 애고무림파(愛高武林派)에 또 한명 출몰했으니... 그가 바로 해지 노안동
(解智 老顔童)이다. 설법기공을 펼친다하여 붙여진 해지... 그 나이가 젊어
아이라고 해야하나 그 얼굴은 수십년동안 면벽수련을 거친 노괴(老傀)와 같
다하여 그는 노안동이라고 불렸다. 그도 주로 사공을 설법기공으로 사용하였
는데 그가 섭렵했다는 무공에는 리누수아로(璃壘獸鴉擄), 운도주안타아로(暈
盜走鮟打鴉擄)등이 있었다. 이를 이용하여 그는 애고무림파의 관리인을 자청
하고 있었으나 호시탐탐 이를 넘보고 있던 수다배이선파(修多培以善派)의 맹
주 무루도구(武褸桃鳩)의 니모루지(泥矛累指)에 사혈을 찍혀 그 기지를 펼쳐
보기도 못한채 자리를 내주고 물러나 앉는다. 아... 무루도구의 니모루지는
스스로 무루도를 음독(飮毒)하며 연마하여 왕중양의 일양지와 쌍벽을 이뤘다
는 상승지기였으니 어찌 설법기공으로 이를 당해낼 수 있으랴...
이렇게 무노에게 처참한 패배와 독거를 안겨줬던 사대천왕의 과거불기...
회방하기는 이처럼 악날한 마공(魔功)과는 그 거리가 먼 정공(正功)이다.
끊임없는 내공수련과 연타결계를 이용한다면 능히 상대의 계책을 훼방하여
그의 맞수를 자신에게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다.
[편집후기]
소재꺼리를 제공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림다.
흑...이거 쓰는데 5시간 걸렸슴다. 이거 할 짓이 못되는거 같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