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좀읽자2020. 7. 27.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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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평점 : 5.0 / 5.0

 

"우리 동물이 현재까지 알려진 우주에서 가장 복잡하면서도 완벽하게 설계된 기계라는 것이다."

 

책중의 이 문구가 바로 나로 하여금 이 책을 집어들게 한 문구다. 우리 몸은 유전자가 들어있는 기계일 뿐이고 유전자는 우리를 번식하게 하여 우리 자손의 몸으로 옮겨 탐으로써 영생을 누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 문구에 꽂힌 이유는 평소에도 다음과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진시황이 영생을 하기 위해 불로초를 찾아 가며 그렇게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한낱 인간일 뿐이라 결국 영생을 할 수 없었지만, 어쩌면 인간들은 이미 자신과 비슷하게 생긴 자손들을 통해 대를 이어가면서 영생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었다. 인간이 죽기는 하는데 자신의 세포를 후대에 전달하면서 자신과 비슷한 존재를 계속해서 남겨두는 방법으로 영생을 누리고 있다는 가정이었다. 인간이 죽으면 정신은 사망하지만 자신과 유사한 자손을 낳으면서 세포를 통해 육체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영생으로 정의해 본 것이다.

 

여기서 의아한 점은 모두가 정신적으로 영생을 얻고 싶어 하지만 현재 그런 방법은 존재하지 않고 실제로는 육체만이 영생을 누리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육체는 영생을 누리고 싶어서 영원히 번식하고 있는 것일까? 놀랍게도 '이기적 유전자'에는 이에 대한 학문적인 증거들이 잔뜩 기술되어 있었다.

 

"자기 복제자는 단순히 존재하는 것만이 아니라 계속 존재하기 위해 자신을 담을 그릇, 즉 운반자까지 만들기 시작했던 것이다. 살아남은 자기 복제자는 자기가 들어앉을 수 있는 생존 기계를 스스로 축조한 것이다."

 

운반자라는 것은 동물, 식물을 모두 포함하는 모든 종류의 생물을 의미한다. 자기 복제자(유전자)는 운반자에 실려있을 뿐이지만 자손 운반자로 옮겨 타면서 영원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하는 문구를 읽어보자.

 

"자기 복제자, 즉 유전자는 박테리아에서 코끼리에 이르기까지 기본적으로 모두 동일한 종류의 분자다. 우리 모두는 같은 종류의 자기 복제자, 즉 DNA라고 불리는 분자를 위한 생존 기계다. 그러나 세상을 살아가는 데는 여러 종류의 생활 방법이 있는데, 자기 복제자는 이 방법을 이용하기 위해 다종다양한 기계를 만들었다. 원숭이는 나무 위에서 유전자를 유지하는 기계이고, 물고기는 물속에서 유전자를 유지하는 기계다."

 

이야기가 점점 심오해 지는데 위의 이야기를 뒤집어 말하면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동물, 식물들의 조상을 거슬러 찾아 올라가면 같은 조상 DNA가 나온다는 말이 된다. 어떤 조상 DNA가 자기 복제를 하를 하는 능력을 가지게 되었고 자기복제를 강화하기 위해 운반자라는 것을 만들게 되었는데 진화론의 자연선택설과 돌연변이에 의해 다양한 운반자, 즉 생물들이 분화되어 여기까지 왔다는 것이다. 이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할 수 있는데... 본문을 계속 확인해 보자.

 

"DNA 분자는 두 가지 중요한 일을 하는데 그중 하나가 복제다. 즉, DNA 분자는 스스로의 사본을 만든다. 이 과정은 생명 탄생 이래 쉬지 않고 계속 되어 왔으며, DNA 분자는 복제를 아주 잘한다. 성장한 인간은 10의 15제곱 개의 세포로 되어 있지만, 처음 수정되었을 때는 설계도의 원본 하나가 들어 있는 한 개의 세포였다. 이 세포는 각기 설계도 사본을 받은 두 개의 세포로 분열된다. 분열은 계속되어 세포 수는 4, 8, 16, 32, ... 로 증가하여 몇 조가 되고, 분열할 때마다 설계도 DNA는 거의 착오 없이 복제된다."

 

복제는 후대로 이어지는 메카니즘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내 몸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이해하게 된 부분은 과학수사를 할 때 어떻게 머리카락이나 손톱만으로 DNA 감식을 해 특정인을 찾아낼 수 있는가였다. 위에서 설명한 대로 나의 몸은 하나의 DNA가 복제를 통해 만들어 낸 결과물이라 내 몸 전체는 모두 같은 DNA로 이루어져 있단다. 예전엔 DNA라는게 그냥 몸 전체에 들어 있는거지... 라는 생각이었는데 그 보다는 DNA 자체가 몸의 기본 구성물질이고 그 DNA에 몸 전체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들어 있기에 위에서 몸의 설계도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었다. 이에 대한 설명이다.

 

"DNA가 하는 두번째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보기로 하자. DNA는 다른 종류의 분자, 즉 단백질의 제조를 간접적으로 통제한다. ... 단백질은 몸을 구성하는 물리적 재료일 뿐만 아니라, 세포 내의 화학적 과정 전반을 섬세하게 제어하여 정확한 시간, 정확한 장소에서 화학적 과정의 스위치를 선택적으로 켰다 껐다 한다. ... 유전자는 신체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간접적으로 제어하는데..."

 

내가 이해한 바로는 DNA에는 몸을 만드는 방법에 대한 설계도가 들어 있고 온 몸에 퍼져 있는데, 모두 같은 DNA지만 몸의 특정 위치마다 필요한 기관을 만드는 스위치가 켜진다. 따라서 머리카락에도 손톱에도 같은 DNA가 들어 있지만 DNA는 각각의 위치에서 필요한 부품(?)을 만드는 일을 한다고 이해할 수 있다. 팔, 다리, 간, 심장, 대장까지 해당 위치에서 필요한 기관을 만들어 내는 방법들은 DNA 설계도에 들어 있다. 운반자인 생존 기계 전체를 만드는 방법이 DNA에 모두 들어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설계도는 다종다양한 생존 기계마다 모두 다르다. 다음 설명을 보자.

 

"오늘날 식물이라 불리는 생존 기계의 한 갈래는 스스로 직접 햇빛을 사용해 단순한 분자에서 복잡한 분자를 만들어 내기 시작했고, 초기 원시 수프에서 벌어졌던 유기물 합성 과정을 더 빠른 속도로 재현해 냈다. 동물이라고 불리는 또 다른 갈래의 생존 기계는 식물을 먹든지 다른 동물을 먹든지 하여 식물의 화학적 노동을 가로채는 방법을 '알아냈'다."

 

식물은 식물의 설계도가 있고 동물은 동물의 설계도가 각각 있고 식물이나 동물이나 각각의 종마다 모두 다른 설계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유전자가 이렇게 다양한 설계도와 생물의 모양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이유는 진화론의 자연선택설로 설명된다. 위 문구에서 '알아냈'을 별도로 표시한 이유가 있는데 유전자가 실제로 설계하는 방법을 알아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나름대로 이해하기로는 유전자가 자기복제를 하면서 오류가 발생하면서 돌연변이가 발생하고 다양한 형태의 생물이 발생되었고(?), 지구상 또는 그 지역의 환경에서 생존하기에 적합한 생물들만 계속해서 번식을 하면서 자연선택 되었으며 적합하지 않은 모양이나 설계는 결국 도태되어 멸종되었다는 것이다. 결국 현재 존재하는 식물이나 동물의 형태는 지구상에서 살아남은 설계의 형태라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무작위로 생물의 형태가 시도되는데 어떤 것들은 남고 어떤 것들은 사라진다는 말이고, 누군가가 어떤 모양의 생물을 의도해서 만들 수 있는 것들은 아니라는 말이 된다. 자연 다큐멘터리들을 보다 보면 기상천외한 신기한 생명체들이 많이 나오는데 어떻게 저런 모양이 만들어지는지에 대한 궁금증의 결론은 사실상 무작위로 만들어진 것들이기에 상상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이해하게 되었다.  

 

이런 다양성의 또 다른 예로 번식 방법의 다양함을 알게 되었는데 암,수가 짝을 지어 번식하는 유성생식이 자연계의 기본 메카니즘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물론 현재 대부분의 생물에 채택된 시스템인 것은 맞지만 무성생식을 하는 생물이 여전히 존재하고 유성생식이지만 특이한 방법을 취하는 생물들도 존재한다. 예를 들면, 어떤 종류의 농어는 암수이 기능을 모두 가지고 있는데 짝을 지으면 암수의 기능을 번갈아 가면서 수행한다고 한다. 한쪽이 수컷 역할만 계속하려고 하는 경우 짝이 깨지는 연구 결과도 존재한다고 하니 신기할 따름이다. 개미도 신기한 경우인데 유성생식이기는 하지만 특이한 성 결정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여왕은 젋어서 결혼 비행을 한 번 하고, 그 때 10년 또는 그 이상의 여생 동안 쓸 정자를 저장한다. 수년에 걸쳐 여왕은 정자를 일정량씩 방출하여 수란관을 통과하는 난자를 수정시킨다. 그러나 모든 알이 수정되는 것은 아니다. 미수정란은 수컷이 된다. 즉 수컷에게는 아비가 없고, 수컷의 몸에 있는 모든 세포는 우리와 같이 염색체 두 세트(한 세트는 어미, 한세트는 아비로부터 받음)가 아니라 한세트(어미에게서 받음)만 갖는다."

 

미수정란에서 생명이 태어나는 것은 도대체 어떻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고 반쪽 짜리 염색체 세트로 생물이 온전히 살아갈 수 있다는 것도 도저히 모르겠다. 그저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유전자의 복제 방식이 체세포분열과 감수분열을 기반으로 발전해 현재 동물이 사용하는 유성생식이 대세가 되기는 했지만 복제 시스템 자체가 고정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아직 연구되지 않은 생식 방식이 이미 존재할 수도 있고 먼 미래에는 어떤 다른 방식의 복제 시스템이 나타날 수도 있을 것이다. 애매한 경우의 사례로 든 것이 감기 바이러스인데 이들은 어쩌면 기존의 생식 시스템을 이용하지 않고 전염이라는 방법으로 숙주를 옮겨타면서 영원한 자기복제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것이다. 감기에 걸리면 기침을 하게되는데 기침이 바로 감기 바이러스가 생존을 위해 동원한 수단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왠지 설득력있게 들린다.

 

사실 나는 생물을 포기했던 생포자였는데 이 책 읽으면서 오히려 생물학의 신기하고 재미있는 점들을 많이 알게되었다. 솔직히 생물학보다 더 이 책이 끌렸던 이유는 생물학적 설명을 이어가다 물리 법칙과 우주적인 설명까지 이어진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우주 비행사가 저 멀리 떨어진 행성에 날아가 생명체를 찾는다면 그는 우리가 상상도 못할 기묘하고 희괴한 생물체를 찾아낼지 모른다. 그러나 어디에 살고 있든, 모든 생명체에 적용될 수 있는 무엇인가가 있을까? 가령 탄소 대신에 규소를, 물 대신에 암모니아를 이용하는 화학적 구조를 가진 생명체가 존재하거나, -100도가 되어서야 죽는 생물이 발견되었다고 할 때, 이들 모든 생물체에 적용될 수 있는 일반 원리는 없는 것인가? 물론 나는 그 답을 모른다. 그러나 만약 내기를 해야 한다면 나는 하나의 근본 원리에 돈을 걸 것이다. 바로 모든 생명체가 자기 복제를 하는 실체의 생존율 차이에 의해 진화한다는 법칙이다."

 

이 문구를 읽고 소름이 돋았었는데 평소 나는 우주과학자들이 우주에서 생명체를 찾는다고 하면서 물이 있는 행성을 찾고 있다고 하는 것이 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구인들이 이주하기 위한 행성을 찾는다고 하면 맞는 말일 수 있을테지만 그냥 그 행성에 거주하는 생명체를 찾는다고 하면 그 행성의 환경에서 나름대로 적합하게 진화한 생명체를 찾아야 할 것이고 그것은 지구상에서 생존하는 방식의 생명체가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만약 물이 있는 외계 행성을 찾았다고 하더라도 그 물은 지구상의 물과 구성물질이 100% 일치할 확률은 개인적으로 0%라고 생각한다. 지구의 물과 100% 일치한다는 말은 지구의 환경과 100% 일치해야만 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 지구의 환경과 100% 일치하려면 태양계에서 지구가 위치하는 환경과도 100% 일치해야 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구에서 몇십억년에 걸쳐 만들어진 물인데 그 과정까지 모두 동일한 환경이 존재할 수 있을까? 차라리 위 문구에서 나와있는 물 대신 암모니아를 이용하는 생명체는 왜 없느냐는 상상을 동일하게 한 적도 있었기에 저자에게 왠지 고마운 생각이 들기까지 했다.

 

책의 내용이 너무 방대하니 모두 요약할 수는 없고 이쯤에서 내가 이 책으로부터 받은 느낌을 초간단으로 정리하면 무한함과 무작위(랜덤)의 위대함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물질의 무한함이라고 해야 할지 우주의 무한함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미시적으로나 거시적으로나 모든게 무한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유전자를 설명하려다 보니 분자 수준의 설명도 하다가 원자 수준의 설명도 나오는데 이게 쪼개고 쪼개도 계속 쪼개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까지 쪼개질 수 있는지 아직 우리는 모른다. 이렇게 쪼개진 것들이 모여서 우리의 몸이 만들어 진다는데 이미 유전자 갯수만 세어 보아도 조 단위의 숫자가 나오고, 지구상에 사는 모든 생물들의 유전자 수를 모두 더한다고 생각해 보면 과연 셀 수 있는 범위에 들어갈지 모르겠고, 마찬가지로 우주로 눈을 돌려도 별들이 어디까지 펼쳐져 있고 우주의 끝은 어디인지 이것들을 모두 더하면 어떤 숫자가 나오는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무작위(랜덤)을 언급한 이유는 책을 모두 읽고 나니 현존하는 세상은 무작위가 거듭되면서 안정화된 결과라고 이해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예쁜 반점을 가진 강아지는 정작 자신은 볼 수도 없고 제어할 수도 없는 자신의 피부에 어떻게 반점을 정교하게 가지게 되는지가 늘 궁금했는데 이 책을 읽고난 후 추론한 결론은 일단 무작위로 시도된 모양들 중 생존에 적합한 모양만 현재까지 남게된 것이라고 이해하기로 했다. 이건 비단 피부의 반점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팔다리 또는 날개 등의 생명체의 모양 자체를 만들어 내는 모든 부분에 해당한다. 여기서도 무한함이 한몫 한 것 같은데 수많은 시도들이 무한한 시간에 걸쳐 진행되면서 수없이 다양한 생명체의 아름다운 또는 기괴한 형태가 남겨진 것일 것이다. 추운곳과 더운곳, 고산지대, 심해, 하늘이나 땅속 등에서 모두가 각자의 환경에서 생존하고 자기 복제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화하는 것이고 그 모양은 누구의 의지를 따르거나 일부러 아름다움을 추구하거나 하지 않는다. 그저 살아남은 모양들이 존재할 뿐이다.

 

자기 복제는 우주 전체의 원리라는 저자의 주장이 이 책의 마지막 문구다.

 

"우주의 어느 장소든 생명이 나타나기 위해 존재해야만 하는 유일한 실체는 불멸의 자기 복제자뿐이다."

 

이 넓은 우주에는 우리 말고도 또 다른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고 그 모양은 우리가 예측할 수 없는 형태일 것이라고 생각해 왔었기에 완전 마음에 드는 마무리 멘트다. 여기에 그런 일을 가능하게 하는 기본 원리가 자기복제자라는 주장을 더해 주시니 저자 나름의 가설일 뿐이지만 저명한 연구자의 통찰력이기도 하기에 격한 동감의 한 표를 더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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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reeMate